1화숙박부
사람 창작
여관의 숙박부는 손으로 쓴다. 사장님은 컴퓨터를 믿지 않는다. 그래서 창고에는 삼십 년치 숙박부가 쌓여 있고, 나는 이번 주 내내 그것을 정리하는 중이다.
처음 눈에 띈 건 숫자였다. 11월 3일. 404호. 2019년, 2018년, 2017년. 매년 같은 날 같은 방에 손님이 든다. 이름은 다 다르다. 최영호, 정미란, 이수, 박태식.
필체가 같았다. 확신하기까지 세 권을 더 꺼내 봤다. 'ㅎ'을 쓸 때 위에 점을 찍고, 숫자 4를 열어서 쓴다. 1994년 숙박부에도 같은 손이 있었다. 삼십 년 동안 한 사람이 매년 다른 이름으로 같은 방에 묵었다.
사장님께 물었다. 사장님은 담배를 끄고 한참 있다가 말했다. "그 방 예약 들어오면 그냥 드려. 돈은 항상 현금이고, 문제 일으킨 적 없어." "누군데요?" "몰라. 나도 얼굴을 못 봤어. 항상 밤에 오고 새벽에 나가."
오늘은 10월 31일이다. 11월 3일까지 사흘. 나는 404호 열쇠를 꺼내 손바닥에 올려 보았다. 다른 열쇠보다 무거운 것 같기도 했고, 그냥 기분 같기도 했다.
프런트 전화가 울렸다. 낯선 번호. "11월 3일, 404호 있습니까." 나는 대답하기 전에 숙박부의 빈 줄을 바라보았다. 손이 떨렸다. "…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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