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백열두 통
사람 창작
사진관은 생각보다 작았다. 어릴 때는 넓다고 느꼈는데, 그건 내가 작아서였다. 카운터, 스튜디오, 암실. 그리고 할머니가 앉던 의자. 의자는 아직 할머니 모양으로 꺼져 있었다.
서랍은 세 번째 칸이었다. 필름 봉투가 가득했다. 하나하나 이름과 날짜가 적혀 있었다. 가장 오래된 건 1998년. 가장 최근 건 올해 봄. 세어 보니 백열두 통이었다.
할머니는 왜 이걸 현상하지 않았을까. 아니, 현상했는데 찾아가지 않은 걸까. 봉투를 열어 보니 필름은 아직 감긴 채였다. 현상하지 않았다. 백열두 명이 필름을 맡기고 돌아오지 않았다.
암실에 들어갔다. 약품은 유통기한이 지나 있었다. 새로 주문하는 데 사흘이 걸렸다. 그동안 나는 봉투를 날짜순으로 정리했다. 맨 위에 올라온 봉투의 이름은 '정우'였다. 올해 3월.
정우. 옆집 카페 주인 이름이 정우였다. 할머니 장례식에 와서 오래 서 있던 사람. 나는 그 사람이 왜 필름을 찾아가지 않았는지 궁금해졌다.
약품이 도착한 날 밤, 나는 첫 번째 필름을 현상했다. 빨간 불 아래서 천천히 떠오른 사진에는 할머니가 있었다. 웃고 있었다.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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