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치통
왕의 비명은 자정 무렵에 시작되었다. 침전의 문 앞에 늘어선 어의들은 아무도 문고리를 잡지 못했다. 서진은 뒷마당 헛간에서 그 소리를 들었다. 치통이었다. 이가 아픈 사람의 소리는 세상 어디서나 같았다. 허문이 매일 밤 탕약에 비상을 섞어 전하를 서서히 독살하고 있다는 사실을, 서진은 아직 알지 못했다. 그가 아는 것은 단 하나였다. 저 소리를 멈출 수 있는 사람이 이 궁궐에 자기뿐이라는 것.
헛간 문이 삐걱 열리고 등불 하나가 들어왔다. 등불 뒤에는 열여섯쯤 되어 보이는 궁녀가 서 있었다. 이름은 단이라 했다. 단은 서진의 낯선 옷차림을 위아래로 훑고는, 놀라는 대신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 "의원이십니까." 서진은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단은 잠시 망설이다가 등불을 서진 쪽으로 기울였다. "전하께서 사흘째 잠을 못 주무십니다. 어의들은 손을 놓았고요. 내의원 수장 허문 대감이 오늘 밤도 탕약을 올린다 합니다." 서진은 그 말에서 무언가가 어긋나 있음을 느꼈다. 사흘째 이가 아픈 사람에게 탕약이라니. 그는 헛간 구석에 놓인 자신의 가방을 집어 들었다. 가방 안에는 낙뢰를 맞기 전 진료실에서 챙겨 나온 기구들이 그대로 들어 있었다. 단이 앞장서 걸었다. 두 사람은 뒷마당을 가로질러 침전으로 향하는 회랑, 이른바 서쪽 회랑으로 들어섰다. 회랑 끝의 문 너머에서 왕의 신음이 다시 한 번 들려왔다.
침전 안은 향 냄새와 약 냄새가 뒤섞여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병풍 뒤에서 왕이 몸을 웅크린 채 뺨을 감싸 쥐고 있었다. 서진은 예를 갖출 새도 없이 다가가 왕의 턱을 잡고 입을 벌리게 했다. 어의들이 비명을 질렀고 상궁 하나가 뛰어나갔다. 그러나 왕은 손을 들어 그들을 멈추게 했다. 왼쪽 아래 어금니. 잇몸이 부어 검붉게 변해 있었고 고름이 잡혀 있었다. 뿌리까지 썩은 치아였다. 서진은 가방에서 거울과 탐침을 꺼내 들었다. 등불을 든 단이 그의 어깨 너머에서 숨을 죽였다. "전하, 이 이는 뽑아야 합니다. 오늘 밤 안에." 침전이 얼어붙었다. 그때 문이 열리고 허문이 들어섰다. 손에는 김이 오르는 탕약 그릇이 들려 있었다. 허문의 눈이 서진의 가방 위에 놓인 낯선 기구들을 훑고 지나갔다. 그 눈빛이 잠깐 흔들린 것을, 서진은 놓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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