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화다섯 번째 이름
사람 창작
다섯 번째 이름은 "윤재"였다. 내 이름이다. 명찰을 봤겠지. 나는 영수증을 건네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문이 닫히고 나서야 얼굴이 뜨거워졌다.
그날 이후 그는 이름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계산대에 컵라면을 올리고, 내가 "오늘은요" 하고 물으면 어깨를 으쓱했다. 노트에는 빈 줄이 늘어났다.
비가 많이 오는 밤이었다. 그는 우산을 접지 않고 들어와 바닥에 물을 뚝뚝 흘렸다. 컵라면 대신 우유 한 팩과 식빵을 골랐다. "아침을 먹으려고요." 묻지도 않았는데 그렇게 말했다.
"이름은요?" 나는 오랜만에 물었다. 그는 우산 끝을 바라보다가, 처음으로 진짜처럼 들리는 이름을 말했다. "현우요. 서현우."
나는 노트를 꺼내 빈 줄을 건너뛰고 맨 아래에 적었다. 서현우. 그리고 그 옆에 작게, 아침 먹는 사람.
그가 나가고 나서 나는 유리문에 비친 내 얼굴을 봤다. 야간 알바를 시작한 뒤 처음으로, 새벽이 지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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